난 혼자 있기를 많이 하는것 같다
평일
최근에 항상 같은 코스로 가벼운 산행을 한다.물론 산행거리를 조금씩 탄력적으로 정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집을 나서 바로 마을버스로 서울대입구에 내려 철쭉동산을 지나 운동장바위 지나
삼성산방향으로 자주 향한다. 그러고는 목재 계단을 타고 내가 좋아하는 하산길이 길게 펼쳐진다
오늘
제 2 광장을 지나면서 늘상 가던 코스를 벗어나 윗길로 간다. 그러고 싶었다.
건강탓에 천천히 걷고자 하여 통나무 의자에 앉아 땀을 닦고 한 참을 쉰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내려 놓았다가 그만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갔다.
총 5번째중에 3번째 나무계단 지나면 경사가 급해지는 구간 전
탁자가 몇 군데 놓인 쉬어가기 딱 좋은 곳이 있다.
다달아 잠시 가방을 내려 놓는다.
예의 스마트폰을 찾는데 없다
9km를 걷겠다고 맞추어 놓은 건강엡을 한 번 살펴보고자 하는데 없다.
아차 싶다가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걸 기억해 내고 부랴부랴 올랐던 길을 다시 내려간다.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간다.
전화번호들, 사진들, 메모들이 소중해 진다. 누군가 본 들 상관 없는 것들 일수도 있지만
나에게 고이 간직하고자 하던 것들이 생각나고 기필코 찾았으면 하는 간절함이 많이 들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으면 하면서..
두고 온 곳까지 거의 내려간 지점에서 평상복차림으로 힘들게 오르시는 분이 쭈뼛하더니 내게 묻는다.
여기가 기상대로 가는 길이냐고
내 생각에는 그 분이 말하는 곳이 연주대 방향으로 생각되어 되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길을 잘못 들어 온 것 같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그래서 많이 돌아가야 하는데 그곳으로 가셔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러시겠다 하시면서 다시 하산 방향으로 내려 간다.
백여미터 내려 가는데 내 바로 뒤에서 따라 오신다.
손에 핸드폰이 들려 있다.
실례를 무릅쓰고 선생님 전화 한 통해도 되겠느냐고 제의한다.
얼떨결인 표정으로 폰을 건네 주신다.
내 스마트폰의 생존여부가 궁금했고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이라 여겨져서 부탁 했던 것이다.
내 번호를 누르자 생소한 연결음악과 함께 신호음만 계속 울린다.
아 그대로 그자리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들었다. 한 편으로 불안감도 엄습해 오면서
조금 더 내려가는데 뒤에서 전화 수신음악이 들렸다.
혹시나 하고 뒤를 돌아 보았더니 조금 전 스마트폰 빌려주신 그 분이 나에게 손짓을 한다.
스마트폰을 주웠단다.
어떡해야 하나 고민 하다가 폰을 들고서 등산을 계속 하고 계시다 한다.
코스를 물으니 제4야영장에서 연주대로 향한단다.
내가 있는 곳에서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공손하게 감사하다는 말투로 전달 받을 방법을 상의하고는 서울대입구 정류장 앞에 있는 편의점에
맡겨놓기를 부탁하였다.
그러마고 하신다.
고맙다는 인사를 연거푸 건넸다.
물론 폰을 빌려 주신 분에게도 공손하게 고맙다는 말을 더했다.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다시 등산길로 올라 섰다 엄청난 알바를 한 것 같다 그래도 좀 가벼워 진것도 같다.
내려온 지점에 다시 도착하여 한 참을 쉬었다가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산행 코스 중에 가장 힘든 곳이다.
예전에는 쉬지 않고 땀 흘리며 바짝 오르는 코스 였지만
이제는 반드시 한 참을 쉬고 오르는 오르막 코스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 내 폰이 들려져 있고
그 분이 나중에 전달해 주시겠다고 하니 안심도 되고 해서
쉬지 않고 오르막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한다.
여성 네분이 시끌벅적하게 이야기 하시면서 오른다.
길을 비켜줘서 지나간다.
연세 들어 보이시는 분이 힘겹게 오르신다 숨소리도 거칠은것 같았다.
지나서 올라갔다.
마지막 목재 계단을 오르기 전에 힘들어서 바위 위에 걸터 앉았다.
몇몇 등산객이 지나가고 힘들게 오르시던 어르신이 내 옆으로 와서 앉는다.
힘드시죠 하며 말을 건냈다.
월남 참전 용사 출신의 그 분은 2개월 만에 산에 오신단다.
심장에 문제가 있어서 시술을 해야하는데 보훈병원에서는 아직 시술 단계가 아니란다면서
다른 병원에서라도 해야겠다고 말하신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인상이 좋다는 말씀을 주신다 고맙다.
일흔이라시는데 연세 보다 훨씬 젊어 보이신다고 했다.
서로 사는곳, 자녀들 이야기, 몇몇 살아 온 이야기가 가볍게 오갔다.
고개를 넘어가서 석수 역으로 내려가는 길로 천천히 가 보시겠단다.
걱정은 되었지만 조심해서 산행 하시라는 말을 드렸다.
계속 올라가면 능선을 타고 삼성산까지 가는 코스로 천천히 간다면 시간이 많이 소요 될 것 같다.
그래서 하산 하기로 했다. 천천히
쉴 만한 곳에서 한 참 동안 쉬면서 내려왔다.
한 참을 내려 오는 길에 관악산 초입에 어르신 한 분이 내게 묻는다.
관음사 가는 길이냐고
퍼득 생각나는 곳이 사당에서 올라 가면서 지나는 사찰이 있다.
스탬프 북을 들고 계신다
내려 오는 길에 있는 사찰은 성주사로 적혀 있었다.
그래서 이 곳에는 관음사가 없고 사당으로 가야 하신다고 말씀 드렸다.
잠깐 놀라시더니 꼭 관음사를 가야 하신다며 다시 하산 하신다.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버스 정류장을 알려 드리고 사당 가는 길을 안내해 드렸다.
서울대 입구에 있는 편의점으로 갔다.
분명 폰을 습득하신 분이 아직 올 시간이 아니라는 예상을 했지만
여기는 누군가가 내 폰을 맡길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자 했다.
편의점에 가서 아직 맡긴게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편의점의 전화로 내 폰 번호로 전화를 했다
이제 하산을 시작 했고 한 시간 이상 소요 될것으로 통화하고
재차 고맙다는 말을 건넨다.
편의점 주인되시는 분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집으로 향했다.
차로 다시 한 시간 지나서 편의점으로 가서 확인하니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가져간 아들 전화로 내 전화에 전화를 하니
10분 정도 뒤에 관악산 입구 정문에서 만나기로 했다.
더욱 안도가 되었다.
중년의 부부가 내 시선과 마주친다
내가 말한 인상착의와 그 분의 인상착의가 통했다.
폰을 건내 받고 고맙다는 생각으로 지갑을 열고 차비라도 하시라고 감사의 표시를 하였다.
참 고마왔다.
폰 맡기기를 부탁한 편의점에 다시 가서 폰을 직접 건네 받았다는 말을 드리고
집으로 향했다.
이 날
생소한 사람과의 대화가 여러번 있었다.
스마트폰을 빌려주신 분
스마트폰을 주우신분
관음사가 가는길이 맞느냐고 물으신 분
심장이 아픈데도 두달만에 산행을 다시 시작하신분
편의점에서 만난 분
평소에 누구하고도 잘 대화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이렇게 한꺼번에 수 많은 분들하고 엮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게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고 이렇게 쓴다.
물론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하던 시간들도 없었던건 아니지만
이렇게 다양한 상황속에서 내가 만든 문제로 인하여 도움이 된 몇몇분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니
이제 세상으로 한 번 제대로 나서 보아야 할까 보다.
스마트폰 잃어버리는 그런 멍청한 짓이라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