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생각하면서

진달래꽃을 다시 들으며

바위처럼구름 2010. 11. 27. 16:32

진달래꽃을 다시 보면서

 

진달래꽃

                                                     김소월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 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어떻게 읽으셨나요?

 

중고등학교 시절 사춘기 소녀들의 애송시요 문학 소년들의 노트에 멋진 그림과 함께 장식하고 있었던 글이었죠.

물론 김소월을 연구하고 논문과 평론을 통하여 많은 글들이 있지만 시를 읽으면서 너무 쉽게 익혀 왔던 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란 측면에서 한 번 들은 내용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대학 입시에 단골로 등장하면서 익숙한 산화공덕(散花功德) 즉 떠나가는 님을 향해 꽃을 뿌려드리면서 까지

축복해 주는 여성의 심리적 아이러니를 노래한 지고지순한 여인의 심성을 노래한 아름다운 시로 익혀 알고 있습니다.

 

이 시는 이별을 전제로 하고 있는 한 여인의 심정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그 사랑은 절망인 이별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시의 상상력을 한번 전개해 보겠습니다.

 

먼저 익혀 알고 있듯이

여인은 나를 배신하여 떠나가는 님을 향하여 도저히 미워 할 수 없는 마음을 노래 합니다.

언제가는 돌아오겠지 생각하고 그렇게 믿고자하여 곱게 보내어 주는 마음입니다.

이 마음은 추악하게 보내어 버리면 다시 내게로 올 수 있는 여지조차 없어질까 봐서

약간의 애정의 끝자락이라도 남겨두고자 멋있게 곱게 보내드리는 심정입니다.

 

또 다른 상상은

순정을 다 바쳤던 너무나 사랑했던 님이 떠나 갑니다.

더군다나 나를 역겹게 여기기까지 하면서 가버리는구나

떠나는 그 진흙탕 길에 나 가장 아름다운 영변의 진달래꽃이 되어(진달래꽃과 화자가 동일화 되는 시적 상상)  연분홍 내 마음을 흩뿌려 놓으리라.

런 나를 짓이겨 질대로 짓밟고 가버려라.

나 말없이 고이 보내는 것은 곱지 않게 보낼 수도 있는데 고이 보내준 것이다.

너의 걸음 싸뿐히 걸을지라도 난 진흙탕에서 짓이겨 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절대로 울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상도 해 볼 것이다.

여기서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제 아버지 따라 한양으로 올라가기 전 월매네 집에서

춘향이에게 이별을 통고하던 날 춘향이는 기겁을 하여 누어 뒹굴면서

더군다나 이몽룡의 얼굴에 손지검하여 상채기를 내는 대목(푸악질)이 나오는데

그런 심정과도 일맥상통하다 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의 이야기를 듣고 시에 대한 평론의 다양성을 알고는 있지만

다시 한번 익혀 알고 있던 시를 꺼집어 내어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감정을 나누고자 여기 몇자 적는 것입니다.

 

물론 시를 읽으면서

글 쓰는 이의 감정을 표출하는 시가 과연 좋은 시가 될 것인가 하는 질문에

그러지 않을 것이다 하는 명제로만 진달래꽃을 볼 때 고개 갸우뚱해지지만

이 위대한 시인이 이런 멋진 시를 통해 유명해지고 오랫동안 낭독되어지는 상황에서

이 시를 대하면 시가 가진 너무나도 풍부한 구조적인 역설과 결정적인 시어를 통하여

시의 감동을 이끌어 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너무나도 심성 고운 여린 여인의 심정을

기승전결의 구조로 1연의 절망과 2연의 희망과 3연의 집착과 4연의 포기를 노래하고

사랑스러운 심정으로 기어이 보내면서 갖는 감정적인 격정을 은근히 표현하고 있는

 너무 멋진 시로 여겨집니다.(구조적 역설)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reaction formation(반동형식)이라는 데요

말없이 보내는 것이 아니라 말없이 고이 보내는 것은

곱게 보내고 싶진 않는데 그렇게 보내는 심정을 너무 짙게 표현하고자 사용한

역설적 시어로 3연의 사뿐히의 심정과 함께 시인의 심오한 시적 감흥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참고로

평안북도 영변에 있는 약산은 북쪽 지역인지라 갈 수 없고 지금도 진달래가 멋들어지게 피었는지는 모르지만

당시에는 가장 멋진 진달래를 볼 수 있는 산이라고 합니다.

물론 김소월의 고향이 평안북도 정주이니 근처인 약산에 대해서는 너무 잘 알았을 겁니다.

 

오세영시인님 강의노트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