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생각하면서
소라 그 껍데기
바위처럼구름
2012. 5. 25. 09:22
소라 그 껍데기
엉겁결에 내어 놓은 그 단단하던 돌무덤이 열리던 날
세마포에 동여맨 고귀한 말씀이 사라져 버린 후
다만 소문으로 시작된 긴 기다림
바다에 흩뿌려진 열망 거두어 쌓아올리고
드나는 거센 소용돌이 온몸으로 받아 내고
다만 아래로 아래로 겸손하게 숨어 들었건만
순결만을 탐하는 날선 시선에
고이 간직해 온 자존심 혀끝에서 생을 접는다.
‘껍데기’ 덩그렇게 누더기 같은 이름 하나 덧댄다.
성장 멈춘 날부터 피라미드 경사면에 서 있었다.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는 휘감아 도는 바람이 되고
무딘 무의식만 조각되어 남기고
먼지처럼 유리하다 모래바다에 몸을 묻고 안도한다.
누군들 하고 싶은 말 없었으랴
단지 비워 내고서야 그 노래를 담아 둘 수 있었다
원망보다 파도에 실려 온 핏발 선 자갈 문드러지는 소리
서해 외딴 섬 풍장하는 무덤가에서
예레미야의 기도를 기다리는 몸부림이
상아빛 나선형 미끄럼틀 속으로 담겨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