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 시모음

뻘건 단풍

바위처럼구름 2013. 8. 24. 21:46

뻘건 단풍

(전라도풍으로)

오세영

누가 저렇고롬 뻘건 물감을

찌끌어 놓았다야

천지 사방 불붙었당께

어쩐당가.

이녁 피지 못해

퇴깽이, 여시 묏도야지.....

몽땅 불괴기 되겠시야.

오매 징한 것.

산신령 을마나 배고팠으면

꾀복쟁이 아들 콩서리하듯

늦가을 원 산 거시기 한다당가.

성냥개비 긋듯

환쟁이 화판에다 붓끝 찍찍 그어

윗다 왼통

불붙여 놓았소잉.

[마른하늘에서 치는 박수소리]민음사출간 시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