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생각하면서

정중앙에

바위처럼구름 2011. 7. 13. 11:51

정중앙에

 

점을 찍는다.

선을 긋는다.

둥근 허공을 찌른 날선 칼은 언제나 피 흘리게 한다.

 

정점을 향해 날아가던 화살

열광하던 시선을 꿰뚫었다

환호에 앞선 동공의 파열

경직된 차디찬 암흑 앞에 선다.

 

졸업사진

나 만큼 늙어 버린 선생님

왼쪽에 선 날 찾았을 땐

반대편의 친구였을 이들의 이름은 까맣게 실종되었다

 

결혼식 가족사진

언젠가 그어진 구겨진 선

어느 누구도 옆으로 관심 깊은 시선을 가진 이가 없다.

 

개교기념 마라톤

반팔 런닝 셔츠에 체육복 반바지

반환점 돌아 똑같이 숨 헐떡이던 팔뚝에

선명한 일렬번호 붉게 물 들인다.

 

관악산 초입

한 숨 돌리는 계단길

한 켠으로 살짝 비껴선 허리 굵은 참나무

하산 길 고른 호흡으로 한참 보듬고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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