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앙에
점을 찍는다.
선을 긋는다.
둥근 허공을 찌른 날선 칼은 언제나 피 흘리게 한다.
정점을 향해 날아가던 화살
열광하던 시선을 꿰뚫었다
환호에 앞선 동공의 파열
경직된 차디찬 암흑 앞에 선다.
졸업사진
나 만큼 늙어 버린 선생님
왼쪽에 선 날 찾았을 땐
반대편의 친구였을 이들의 이름은 까맣게 실종되었다
결혼식 가족사진
언젠가 그어진 구겨진 선
어느 누구도 옆으로 관심 깊은 시선을 가진 이가 없다.
개교기념 마라톤
반팔 런닝 셔츠에 체육복 반바지
반환점 돌아 똑같이 숨 헐떡이던 팔뚝에
선명한 일렬번호 붉게 물 들인다.
관악산 초입
한 숨 돌리는 계단길
한 켠으로 살짝 비껴선 허리 굵은 참나무
하산 길 고른 호흡으로 한참 보듬고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