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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노래 한 시 90편

1) 봄이 오면 내 가슴에도 꽃이 피네 / 이채 ​천지에 봄이 오고지천에 꽃이 피면내게도 가꾸고 싶은 뜰 하나 있네​​봄비처럼 촉촉한물빛 고운 가슴으로소망의 꽃 한 송이 피우고 싶네​​초록빛 물결로기지개를 켜는 무지갯빛 꿈이여!풀 향기 꽃향기로 아름답고 싶네​​밖을 보고안을 다스리지 못하면행복을 찾기 어렵고​​앞을 보고뒤를 돌아보지 않으면지혜를 구하기 어렵다지요​​정직의 꽃, 겸손의 향기로하루를 살더라도진실한 꽃 마음이고 싶네 2) 내 가슴에도 봄이 오나 봐 / 이채 ​어떻게 살아야 꽃이 될 수 있을까얼마나 착해야 향기가 될 수 있을까어디에 가면 내 꽃을 만날 수 있을까​하늘을 바라보면 구름을 닮고 싶고바다를 바라보면 파도를 닮고 싶고산을 바라보면 나무를 닮고 싶고​내 깊은 숲 속에초록빛 꿈 하나 있어봄..

샹그릴라 가는 길 문정희

샹그릴라로 가 주세요택시는 곧 움직였지만열대 소나기 속을 한창 돌았다요금이 철컥철컥 올라갔다수렁처럼 깊어 가는 이국의 밤바가지 운전사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일까나는 샹그릴라로 가고 싶다한참 후 고가도로 밑 신호 앞에드디어 택시가 멈추었다교각 기둥 옆에 한 소녀가찰싹 비에 젖은 옷을 입고 떨고 있다그녀의 팔에 팔다 남은 쟈스민 레이가흠뻑 슬픔을 머금고 있다운전사는 창을 열고 쟈스민 레이 두 줄을 사따그중 꽃향기 한 줄은 자기 목에 걸고한 줄을 미소와 함께 뒷자리 나에게 건네었다그는 다시 차를 움직였다창밖에 사파이어 같은 소녀의 눈빛이별처럼 빛났다아, 여기 샹그릴라에 당도했음을나는 알았다

나비 고백 문정희

나비 고백    문정희 나 은근히 바람둥이였더군당신 하나만을 사랑한 것은 아니었더군때로는 좀 짧게 대부분 매우 짧게 바람을 먹고사는 건달바(乾達婆)였더군그런데 그 사랑 한 꽃송이로 남더군그 벤치 위의 봄날이봄날이 끝나기도 전에 날아온 계산서를 보니부질없는 착시!허망을 지불한 날갯짓이 전부였더군야성을 내뿜어 상처와 얼룩을 만들며초록 계절을 낭비한 승자 없는 전쟁때로 발등을 찍고 싶은 후회와 부끄러움이더군화살과 과녁사이바람의 발자국마다노래를 새기려고 분가루를 날린 것뿐이더군잘 곳을 정해 놓지 않고 떠돌며모래알 하나 올기지 못한 황홀한 노동어쩌지? 여행의 어원은 나비라네사뿐사뿐 눈부신 길손이었더군

망한 사랑 노래

망한 사랑 노래                              문정희 요즘 내겐 슬픔이 없어무엇으로 사랑을 하고 시를 쓰지?슬픔? 그 귀한 것이 남아 있을 리 없지창가에 걸어 두고 흐린 달처럼조금씩 흐느끼며 살려고 했는데슬픔이 더 이상 나를 안아 주질 않아멍할 뿐이야행복도 불행도 아니야서양 사람처럼 어깨를 으쓱 들었다 놓아말하자면 폭망한 것 같아슬픔은 안개 속에 서걱거리는 강철그것으로 50년이나 시를 썼으니내가 나를 뜯어 먹었으니당연히 망하지가시도 뼈도 없어상처도 딱지 진 지 오래베레부렀어손에는 허망을 쥐려다가 찔린핏방울 **** 오오**** 향기롭고 독한그 이상은 나도 몰라내가 본 것이 본 것이야슬픔? 나를 두고 어디로 갔지아니, 슬픔이 뭐야시? 망한 사랑 노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