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 시모음 22

열매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 둥글어야 하는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르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덥썩 한 입에 물어 깨무는 탐스런 한 알의 능금 먹는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오세영 시모음 2024.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