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생각하면서

놀랜 강 공광규

바위처럼구름 2018. 8. 13. 10:11

놀랜 강     

                         공광규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사놔 추목을 탁본하는데

모래 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수만 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수십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겠다고?

쇠붙이와 기계소리에 놀라서

파랗게 질리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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