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아픔을 먼저 생각하면서
다가 올 기쁨도 함께 고대 해야만 한다
외로움은 나를 가장 사랑하기에 누리는 사치
그리움은 내 앞에 없는 허상 향한 동경
이것들 이라도 없으면
삶의 의미를 부여잡고 살아가기에 버거울까봐
스산한 바람이라도 불면
가슴속 깊은 곳 아련한 기억들을 꺼내어 들고
청승을 떤다
낙엽의 추락
신 새벽에 스산한 허전함은 나의 심장에 자리잡고
산속 그루터기 나이테의
한해씩 더해 간 둥근 흔적으로
모난 심상을 절삭하고
바람 몹시 불던 날
검 붉게 영글어 흔들리던 포도송이는
알알이 한데 모여 작은 희망을 빌며
못 난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다
먼 길 나선 나그네가
해 기우는 저녁에
몸 누일 곳 정도만 누리는 심정으로
내일의 하룻길을 걸을 수만 있다면
그저 웃을 수 있는
그런 가을 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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