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와의 만남
문정희
손에 쥔 칼을 슬며시 내려 놓았다
선뜻 그에게 탈을 댈 수가 없었다
파리로 가는 비행기 안 기내식 속에
그는 분홍 반달로 누워 있었다
땅에서 나고 자란 내가
바다에서 나고 자란 그대가
하늘 한 가운데 3만 5천 피트
짙푸른 은하수 안에서 만난것은
오늘이 칠월 칠석 이어서가 아니다
그대의 그리움과 나의 간절함이
사람의 눈에는 잘 안보이는
구름같은 인연의 실들을 풀고 풀어서
드디어 이렇게 만난 것이다
나는 끝네 칼과 삼지창을 대지 못하고
내가 가진것 중에 가장 부드럽고 뜨거운
나의 일술을 그대의 알몸에 갖다 대었다
내사랑 견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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