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 시모음

이별의 날에

바위처럼구름 2025. 10. 5. 10:22

이제는 붙들이 않을란다.

너는 복사꽃처럼 져서

저무는 봄 강물 위에 하염없이 날려도 좋다. 아니면

어는 이별의 날에

네 빰을 타고 흐르던 눈물의 흔적처럼

고운 아지랑이 되어 푸른 하늘을 아른거려도 좋다.

갇혀 있는 영원은 영원이 아니므로

금속 테에 갇힌 보석 또한

진정한 보석이 아닌 것.

아무래도 네 손가락에 끼워준 반지에는

영원이 있을 성싶지 않다.

그러므로

찬란한 금강석의 테두리에 우리

서로 가두지 말자.

이제 붙들지 않을란다.

너는 복사꽃처럼 져서

저무는 봄 강물 위에 하롱하롱 날려도 좋다. 아니면

어느 이별의 날에

네 뺨을 적시던 눈물의 흔적처럼

고은 아지랑이 되어 푸른 하늘을 어른거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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