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 시모음

파경(破鏡)

바위처럼구름 2025. 10. 5. 20:38

파경(破鏡)

 

                                       오세영

 

 아무 충격도 없었는데 거실 벽에 소중히 걸어둔 액자 하나가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져 박살이 났다. 순간, 그림 속 한옥 정자 한 채와 하늘을 나는 멸 마리 새와 헛아비처럼 우두커니 그들을 지켜보던 한 노인의 구도가 허망하게 깨져 버린다. 이 인연 다시 되돌릴 수 있을까. 붓이란 언제인가 반드시 삭거나 부러지기 마련, 등 돌린 벽에 대못을 박아 걸어둔 것이 잘못이어/ㅅ다. 장욱진의 정자는 아나 결코 못을 쳐쳐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목탑이든 석탑이든 탑은 다만 서로를 깎고 다듬어 짜 맞춘다 하지 않더냐.

 

  아름다운 사람아. 너를 보내며 나 지금 후회하고 있거니 그간 너를 잃지 않으려고 나는 네 가슴 깊은 곳에 그만 못을 치고 살아왔나 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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