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생각하면서

포옹 -정호승-

바위처럼구름 2018. 6. 4. 01:11

포옹              

                        -정호승-


뼈로 만든 낚시바늘로

고기잡이하며 평화롭게 살았던

신석기 시대의 한 부부가

여수항에서 뱃길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한 섬에서

서로 꼭 껴안은 채 뼈만 남은 몸으로 발굴되었다

그들 부부는 사람들이 자꾸 찾아와 사진을 찍자

푸른 하늘아래

뼈만 남은 알몸을 드러내는 일이 너무 부끄러워

수평선 쪽으로 슬며시 모로 돌아눕기도 하고

서로 꼭 껴안은 팔에 더욱더 힘을 주곤 하였으나

사람들은 아무도 그들이 부끄러워하는 줄 알지 못하고

자꾸 사진만 찍고 돌아가고

부부가 손목에 차고 있던 조가비 장신구만 안타까워

바닷가로 달려가

파도에 몸을 적시고 돌아오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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