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 시모음

바위처럼구름 2013. 8. 24. 21:47

오세영


순결한 자만이
자신을 낮출 수 있다.
자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은
남을 받아들인다는 것,
인간은 누구나 가장 낮은 곳에 설 때
사랑을 안다.
살얼음 에는 겨울,
추위에 지친 인간은 제각기 자신만의
귀가 길을 서두르는데
왜 눈은 하얗게 하얗게
내려야만 하는가,
하얗게 하얗게 혼신의 힘을 기울여
바닥을 향해 투신하는
눈,
눈은 낮은 곳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녹을 줄을 안다.
나와 남이 한데 어울려
졸졸졸 흐르는 겨울물 소리.
언 마음이 녹은 자만이
사랑을 안다.

'오세영 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  (0) 2015.12.02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0) 2013.08.24
뻘건 단풍   (0) 2013.08.24
표절   (0) 2013.08.24
생이란   (0) 2013.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