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질 때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어야만 했다
그 눈 빛에 눈멀고
중저음의 배려에 가슴 떨리던 순간
따뜻한 움직임에 온 몸 얼어 붙고 만 시간들
다만 그것이었으면 다독여도 보지만
밤마다 길모퉁이에 서서
주홍 초롱 밝히고 서 있습니다
다가서 올 것 같은 발걸음 소리 기다리다
담넘는 담쟁이에게 담너머 소식을 묻다
지쳐 기대어 풀린 다리 겨우 견디어 내고 있습니다
스치는 안개에 몸을 내어 맡긴채 지새워
스산한 바람에 찬 이슬만 맺힌채 목을 맵니다
'시를 생각하면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0) | 2017.04.10 |
---|---|
마흔두 개의 초록 (0) | 2017.03.22 |
처서를 지나며 (0) | 2016.09.01 |
우리가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 (0) | 2016.08.31 |
[스크랩] 시론 작가론 (0) | 2016.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