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생각하면서

능소화 질 때

바위처럼구름 2016. 9. 13. 20:03

능소화 질 때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어야만 했다

그 눈 빛에 눈멀고

중저음의 배려에 가슴 떨리던 순간

따뜻한 움직임에 온 몸 얼어 붙고 만 시간들


다만 그것이었으면 다독여도 보지만

밤마다 길모퉁이에 서서

주홍 초롱 밝히고 서 있습니다


다가서 올 것 같은 발걸음 소리 기다리다

담넘는 담쟁이에게 담너머 소식을 묻다

지쳐 기대어 풀린 다리 겨우 견디어 내고 있습니다

스치는 안개에 몸을 내어 맡긴채 지새워

스산한 바람에 찬 이슬만 맺힌채 목을 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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