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사랑 노래
문정희
요즘 내겐 슬픔이 없어
무엇으로 사랑을 하고 시를 쓰지?
슬픔? 그 귀한 것이 남아 있을 리 없지
창가에 걸어 두고 흐린 달처럼
조금씩 흐느끼며 살려고 했는데
슬픔이 더 이상 나를 안아 주질 않아
멍할 뿐이야
행복도 불행도 아니야
서양 사람처럼 어깨를 으쓱 들었다 놓아
말하자면 폭망한 것 같아
슬픔은 안개 속에 서걱거리는 강철
그것으로 50년이나 시를 썼으니
내가 나를 뜯어 먹었으니
당연히 망하지
가시도 뼈도 없어
상처도 딱지 진 지 오래
베레부렀어
손에는 허망을 쥐려다가 찔린
핏방울 **** 오오**** 향기롭고 독한
그 이상은 나도 몰라
내가 본 것이 본 것이야
슬픔? 나를 두고 어디로 갔지
아니, 슬픔이 뭐야
시? 망한 사랑 노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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