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생각하면서

망한 사랑 노래

바위처럼구름 2025. 1. 18. 08:26

망한 사랑 노래

                              문정희

 

요즘 내겐 슬픔이 없어

무엇으로 사랑을 하고 시를 쓰지?

슬픔? 그 귀한 것이 남아 있을 리 없지

창가에 걸어 두고 흐린 달처럼

조금씩 흐느끼며 살려고 했는데

슬픔이 더 이상 나를 안아 주질 않아

멍할 뿐이야

행복도 불행도 아니야

서양 사람처럼 어깨를 으쓱 들었다 놓아

말하자면 폭망한 것 같아

슬픔은 안개 속에 서걱거리는 강철

그것으로 50년이나 시를 썼으니

내가 나를 뜯어 먹었으니

당연히 망하지

가시도 뼈도 없어

상처도 딱지 진 지 오래

베레부렀어

손에는 허망을 쥐려다가 찔린

핏방울 **** 오오**** 향기롭고 독한

그 이상은 나도 몰라

내가 본 것이 본 것이야

슬픔? 나를 두고 어디로 갔지

아니, 슬픔이 뭐야

시? 망한 사랑 노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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