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고백 문정희
나 은근히 바람둥이였더군
당신 하나만을 사랑한 것은 아니었더군
때로는 좀 짧게 대부분 매우 짧게 바람을 먹고사는 건달바(乾達婆)였더군
그런데 그 사랑 한 꽃송이로 남더군
그 벤치 위의 봄날이
봄날이 끝나기도 전에 날아온 계산서를 보니
부질없는 착시!
허망을 지불한 날갯짓이 전부였더군
야성을 내뿜어 상처와 얼룩을 만들며
초록 계절을 낭비한
승자 없는 전쟁
때로 발등을 찍고 싶은 후회와 부끄러움이더군
화살과 과녁사이
바람의 발자국마다
노래를 새기려고 분가루를 날린 것뿐이더군
잘 곳을 정해 놓지 않고 떠돌며
모래알 하나 올기지 못한 황홀한 노동
어쩌지? 여행의 어원은 나비라네
사뿐사뿐 눈부신 길손이었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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