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녀는 (1)

바위처럼구름 2018. 2. 10. 11:01

그녀는

내가 질문을 하면 항상 설명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말을 마친 그녀가 내게 물어오면

난 대체로 짧게 대답을 하고 있다

그녀의 자세한 설명을 듣다 보면

내가 듣고자 했던 내용은 다섯 마디 정도에서 알아차릴 수 있지만

말하기를 좋아하는 탓도 있겠지만

완강한 반발이 있기 전까지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는 듯이

아니 그동안 경험했던 일들이 되살아나기라도 하는 듯이 말을 이어나가고 있다

물론 생소한 내용도 가끔 있어서 아하 하는 추임새도 나오기도 하지만

대개의 말들은 이미 몇번인가 들어 왔다고 담박에 알아차리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색다른 내용인가 하여 귀를 쫑긋 하다가도

이내 아 그렇지 하면서 이어지는 내용을 짐작하게 하는 정도 이다

그렇다고 그런 말을 또 해

하는 반응을 보일 수 없을 정도의 열정적인 설명은 

시큰둥하게 보이는 무표정으로 두꺼워 지고 이내 알아차린 그녀의

말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생뚱 할 수도 있는 질문을 내게 던지면서 끝이 난다

그렇다고 나도 그녀의 질문에 

장황하게 설명하는 타입이 아니라 가볍게 

그래도 내 생각에 요점만 이라고 여기면서 하는 짧은 대답이 건네지면

그녀는 그 짧은 답변속에서도 

여실히 의문점을 발견하고 연속극 다음회차를 이어가듯이 질문을 뱉어내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질문도 설명하기를 시작으로 해서 몇개의 예를 들면서

좀 친절하게도 객관식으로 답하기를 요청해온다

아무 생각없이 답만 하면 된다는 편리성도 있겠지만 신속한 답을 내어 놓지 못하면

제시된 문제를 조금 간략해지고 좀 더 정리되면서 다시 설명하기 시작한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간혹 말투나 답변 내용으로 인하여

물론 듣는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이 주도 된 그 말로 인해 마음이 조금이라도 다치기라도 하면

점점 빨라지는 말 속도와 올라가는 톤으로 인해

전투태세를 접고는 화해 모드를 위해 답변을 할라치면 예의 성의 정도를 가늠하여 재차 따져 묻기가 일쑤일 때가 많다

그런 여자였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녀는 3  (0) 2018.09.03
그녀는(2)  (0) 2018.06.21
자장면이 먹고 싶었다  (0) 2011.08.22
동기들과 추억을  (0) 2011.07.01
고산 윤선도의 고장 해남 땅끝에서의 여유  (0) 2010.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