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녀는(2)

바위처럼구름 2018. 6. 21. 23:07

오래된 기억들은 

아무리 애를 써도 정확한 사실보다는 내가 그려 낼 수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 지기 쉽상이다 

하지만 특징적인 것만은 쉬이 기억해 낼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하며 

그것은 오랜 대화와 시간 속에서 만들어져 어떤 정형처럼 여겨져

내내 그녀의 이름만 생각나도 번져오는 짙은 인상으로 남게된다


그녀는 계산에 너무나도 서툴렀다

대화를 하면서 이해 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는 것은 짐작으로 알 수 있었지만

유독 셈하는 것에 서툴다는 것은 그녀가 나에게 구체적으로 말을 해 주어서 알게 되었다

어떤 날 과일을 사면서 한 개에 얼마를 주어야 하니 합쳐서 얼마이니까 하면서 지갑에서

돈을 세어서 내는 법이 없다고 했다

대충 근사치로 지폐를 건네고 가게 주인이 거스름돈으로 내어 주면 그대로 받고 나온다는 식이었다

그녀를 처음 만난 날에는 

짙은 화장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왔다

차를 가지고 왔다고 했고 그날은 그리 더운 날이 아니었는데도

수필 강의를 위해 교실로 들어서면서 챙넓은 모자는 눈에 띄었다

수업시간 내내 모자를 벗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이 남는다

누군가 모자를 벗어야 하지 않는가 하고 참견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던 탓도 있지만

나 또한 그냥 특이하다는 인상이었지 나에게 무례하다는 인상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봐서

예의 없거나 좀 가벼운 느낌보다는 문학 수업에 임하는 진진함이 묻어 났었던것 같다


그랬던 그녀에게서

자신은 계산이 서툴다는 말을 들으면서 그럴수도 있겠다고 동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묘한 연관성에 호기심을 발동하기에 다분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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