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자장면이 먹고 싶었다

바위처럼구름 2011. 8. 22. 13:46

자장면이 먹고 싶었다

인사동 지나서 창경궁앞 서울대 병원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그것도 꼭 곱배기로 먹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자장면을 좋아한 탓에

자장면 맛이 참 좋았던 기억은 여러번 있었지만

선명하게 장소를 알고 있는 곳은 몇 되지 않는다.

 

어릴적 우리동네에는 경쟁하듯이 자장면을 열심히 팔던

화교가 낸 중국집이 두 곳 있었다.

 

한 집은 주인아저씨가 한국여자와 결혼하여 정착한

화국봉을 닮은 주인장이 주방장이기도 했던 중국집이고

한 집은 주인아저씨와 아들이 모택동을 닮은

이마가 넓은 고수머리가 똑같았던

중국인 부부가 꾸리던 중국집이었다.

 

두 중국집이 20미터 간격을 두고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나란히 있던 탓에

자전거를 타고 저녁시간에 학교로 배달가는 종업원은

우리집에도 배달 왔던 형이었고

아주 가끔씩 먼길에서 돌아오시던 아버지를 따라나선 중국집에서

탕수육을 시켜놓고 빼갈을 자그마한 잔으로 부딪히면서 마시던

총각 선생들에게 쭈볏인사하던 중국집이었다.

 

한국인부인이 있었던 중국집에는

주인장의 장모도 처남도 그 한국인 부인도

가게에서 자주보였지만

다만 내 또래 였던 딸은 학교에서는 볼 수는 없었다.

 

모택동 닮은 중국집 주인장은 자신과 꼭 닮은

굵은 금목걸이가 유독스러웠던 아들이 장가갔다는 소식을 들렸었고

그의 며느리는 가게에서 본 적은 한 번 있었다.

 

한국인 부인이 있던 중국집은 이층으로 올린 중국집에서

아직도 맛있는 자장면을 만들고 있었다.

모택동 닮은 중국집 식구들은 미국으로 이민 갔다고 했다.

 

한집의 이름은 海東飯店이었고

이민간 지금은 없는 그 중국집은 蘇東天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근데 두 주인장의 이름을 알아두지 않았던게 약간은 아쉽다.

 

병원에서 진단서 찾아 여전히 자장면이 먹고 싶었던 탓에

전철을 이용할려는 생각으로 나선 대학로쪽 길에서

자장면 집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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