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전에 나온 자라는
몸집을 좀 키워 거북이가 되어 토끼를 찾으로 갔었댔어요
용궁에서 본 몽타쥬의 토끼화상과 닮은 산토끼는
언듯 보기에 날렵하게 생겼고 귀가 쫑긋하고 단단하게 보였지만
용왕에게 드릴 간의 크기와 상태를 가늠 해보고자 다가갔겠죠
암놈 이었던가 봅니다
그래서 간은 작을거라 생각했지만 술에 조금 덜 상해 싱싱할거라 여겼고
더욱 친근하게 다가 갔을거예요.
아니 거북이가 보기에는 첫인상이 맘에 들었던 탓도 있겠지요
성질급한 토끼는
엉금엉금 기어 오는 거북이를 보고
경쟁심이 발동해서 산꼭대기에 있는 외로이 선 소나무를 깃대 삼아 경주 하자 했겠죠
거북이는
얼마나 건강한 놈인가도 시험해 볼겸 그러마고 했지요
물론 뒷다리가 길어서 산위로 달려가는 경주코스는
토끼가 유리하단 사실도
경주라면 뒤지지 않고 갈고 닦던 바다가 아니라
육지의 산이라는 입지적인 핸디캡도
산꼭대기가 아니라 다시 되돌아 오는 코스라면
내려 올땐 공굴리듯이 내려 오는 특기도 자기에게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단지 토끼의 건강상태 점검차원에서 그러마고 한겁니다
근데
좀 힘들다 싶었지만 그래도 거북이는 힘을 다해 달려가고 있었지요
성질 급한 줄 알았지만 초반부터 막 달려가던 토끼는
얼마간 중턱 즈음에서 얼마나 피곤 했으면 저럴까 싶게
널부러져서 자고 있고 거북은 토끼를 발견하게 되네요
이런 자세의 토끼는 보아 하건데
쉬이 피곤한 걸로 보아서 간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을 까 뒤집어 보니 눈알이 빠알간게 형편없는 간을 가진 불량 토끼라는 사실을 감지하고 말았겠죠
흔들어 보았지만 뒤척이기는 커녕 꼼짝도 않네요
누군가의 얘기처럼 거북이 하는 양을 보고자 일부러 자는척 한 면도 있겠지만요
암튼
거북이는 대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지만
첨 만난 토끼가 이 산꼭대기 경주코스로 지정한건
아마 토끼들이 자주 사용하던 코스라고 여기고
이 불량토끼보다 싱싱한 간을 가진 토끼가 있을까 싶어서
열심히 꼭대기까지 간거랍니다
물론 산꼭대기에서 기다리다 만난
큰 간을 가지고 싱싱하다고 여겨지는
잔머리 좋은 토끼 한마리 동행하고
용궁까지 가는 업무는 잘 수행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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