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부끄럽다에 대하여

바위처럼구름 2011. 7. 1. 11:50

 

부끄럽다는 느낌에 대하여


살다 보면 항상 칭찬받을 일만 할 수 없지만
어떠한 실수를 하던지
다른 사람에게 유 무형 또는 대소 간 피해를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그 상황에서의 나의 반응은 어떤가
그 반응이 차츰 어떻게 변모하여 왔는가 하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는 한가한 시간이다.

일을 잘 못하거나 양심에 거리끼어 볼 낯이 없거나 매우 떳떳하지 못하다.
“부끄럽다”의 사전적 의미이다.
반대말로 “뻔뻔하다” 또는 “자랑스럽다”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자는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이 그런 감정이나 행동을 갖지 않을 때
상대방이, 그것도 조금의 양식이 있는 상대방이 갖게 되는 평가 의미일 것이다.
후자는 전혀 어떤 행동이나 말이 부끄럽지 않다고 자신이 느낄 때 갖는
자신감의 언어적 표현이 될 것이다.

오랜 시간들을 살아오면서
뻔뻔하다는 말을 들을 만큼 나의 부끄러운 행동에 거만한 모습은 없었던가
또는 자랑스럽다고 내세울 만한 것이 얼마나 있었을까 생각하면
그저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들로 얼굴 붉힐 수밖에 없음을 자인하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런 부끄러움에 대한 인식들이
나이가 들면서 더욱 무디어져 가는 어떤 습성과도 같다는 생각이 더욱 듦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나를 향하여 잘잘못을 따질만한 경우가
지위에서, 처한 입장에서
연륜이 쌓이고, 나이가 들고, 가르칠려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더욱 줄어드는 것도 한몫을 하리라 생각된다.
그런 한편으로 너무나 익숙해져서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일에
지위나 입장을 동원하는 편협성도 배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나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일까
아니면 나이가 들면 더욱 강해 진다는 욕심의 발로일까
더 나아가 잘 살아 왔노라 하는
자기 위안의 표상일까 하는
의구심도 함께 들기도 한다.

물론 이런 문제에 결론을 내릴 만큼
많이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부끄러움을 생각해야 할 때
뻔뻔함이 드러나고
나라면 부끄러울 텐데 하는 일에
자랑스럽게 드러내어 놓는 용기 앞에서
한 번쯤 칼날을 세워놓고 바라보면서
생각해 보게도 된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저럴까 싶어서

누군가
“그게 나인데 어떡해요” 하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자신을 향한 온갖 비난과 비평을 모두 감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리라 생각하면서

한편으로 자랑스러움 보다는
뻔뻔함의 면모를 더욱 많이 발견하게 될 땐
좀처럼 그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게 된다.

참 부끄러운 면면을 자각하면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한번 해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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