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로 가 주세요
택시는 곧 움직였지만
열대 소나기 속을 한창 돌았다
요금이 철컥철컥 올라갔다
수렁처럼 깊어 가는 이국의 밤
바가지 운전사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일까
나는 샹그릴라로 가고 싶다
한참 후 고가도로 밑 신호 앞에
드디어 택시가 멈추었다
교각 기둥 옆에 한 소녀가
찰싹 비에 젖은 옷을 입고 떨고 있다
그녀의 팔에 팔다 남은 쟈스민 레이가
흠뻑 슬픔을 머금고 있다
운전사는 창을 열고 쟈스민 레이 두 줄을 사따
그중 꽃향기 한 줄은 자기 목에 걸고
한 줄을 미소와 함께 뒷자리 나에게 건네었다
그는 다시 차를 움직였다
창밖에 사파이어 같은 소녀의 눈빛이
별처럼 빛났다
아, 여기 샹그릴라에 당도했음을
나는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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