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생각하면서

샹그릴라 가는 길 문정희

바위처럼구름 2025. 1. 26. 14:05

샹그릴라로 가 주세요

택시는 곧 움직였지만

열대 소나기 속을 한창 돌았다

요금이 철컥철컥 올라갔다

수렁처럼 깊어 가는 이국의 밤

바가지 운전사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일까

나는 샹그릴라로 가고 싶다

한참 후 고가도로 밑 신호 앞에

드디어 택시가 멈추었다

교각 기둥 옆에 한 소녀가

찰싹 비에 젖은 옷을 입고 떨고 있다

그녀의 팔에 팔다 남은 쟈스민 레이가

흠뻑 슬픔을 머금고 있다

운전사는 창을 열고 쟈스민 레이 두 줄을 사따

그중 꽃향기 한 줄은 자기 목에 걸고

한 줄을 미소와 함께 뒷자리 나에게 건네었다

그는 다시 차를 움직였다

창밖에 사파이어 같은 소녀의 눈빛이

별처럼 빛났다

아, 여기 샹그릴라에 당도했음을

나는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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