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 시모음

불륜

바위처럼구름 2013. 8. 24. 21:43

불륜

오세영

집에 배관된 두 전선의

양전기와 음전기가

필라멘트의 황홀한 빛으로 타오르는

사랑이여.

밝음이여.

그러나 과부하된 전선은

문 밖 가로등에서

합선을 일으킬 수도 있나니

불륜으로

파지직 타오르는 퓨즈.

그 식어버린 필라멘트의 정적이여.

어둠이여.

[작품 감상]

위 작품을 읽다보면 왜 불륜이라고 제목이 쓰여졌는지 한참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떠오르는 것이 있다 상상력.....아하 시는 이렇게 쓰여지고 시를 읽는 것은

이런 맛 때문에 읽는 것이구나.

불륜이 나쁘다 좋다라는 판단은 도덕적 윤리적인 것이다.

위 시에서 보면 그런 것자체가 없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무시해버렸다고 볼 수도 있다.

오세영 시인은 성품이 바르고 도덕적 윤리적으로 상당히 까탈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여겨진다.

기회가 있어 나눈 대화들을 보면 바른 생활?

그 자체로 느껴졌다 시인이기 전에 학자 이렇게 불려지는 것을본인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에서 배어나오는 풍은 단정하다는 것이다.

필라멘트라는 사물에 빛이 들어오고 과부하가 걸리고 선이 끊어진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불륜이란 핵심을 잘 표출하였다. 참으로 멋드러진 시 한편이라고 볼 수 있다.

어디 하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시를 쓰고자 한다면 시를 감상하고자 한다면

이런 류의 시를 읽고 시 쓰는데 모델로 놓고 필작을 하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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