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생각하면서

수련을 위하여

바위처럼구름 2013. 9. 19. 18:19

 

 

                  수련을 위하여

                                                                                                              배한봉

 


주남저수지, 새가 날아오르는 길에는 새벽과 아침 사이의 여운이 있다.

 

수련 꽃봉오리들이 옹알이하며 보드랍게 빨아먹는 뿌우연 젖,

자꾸 감추고 싶어하는 물안개의 부끄러움이 있다,

그 사이에서 차츰 저수지를 더 웅숭깊게 하는,

촉촉하게 젖은 아침의 빠알간 눈

 

그 눈빛이 너를 불러온다

아직도 마음 한쪽 끝이 붙잡고 있는,

공복의, 파릇한 허기 같은 그리움

 

일제히 물안개 지우며 선명하게 펼쳐지는 저수지 풍경같이

햇살 속에 놓여져 이제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마음이 투두둑, 터지는 실밥 같은,

수련 꽃봉오리를 열려는지 다문 입 자꾸 꿈질거린다

 

새 떼를 떠메고 날아올랐던 저수지가 시퍼렇게

드높은 하늘이 되는 순간이다

'시를 생각하면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곽재구 읽다  (0) 2013.09.22
원두  (0) 2013.09.20
오세영 시모음  (0) 2013.08.24
봄밤 -권혁웅- 2012년 미당문학상 수상작  (0) 2013.07.30
[스크랩] 꽃과 그림자 / 오규원  (0) 2013.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