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를 지나며 處暑를 지나며모처럼 책상에 앉는데모기 한 마리느긋한 속도로 팔뚝에 앉았다가내 시선 피해 날아가 버렸다분명 내가 노렸다면 핏빛을 보았겠지만순식간에침 한번 찔러보지 못하고움찔 도망가 버렸다내 살갗에 남은 땀냄새가 싫었으리라 빈 살로 스쳐오는 바람은종내를 알 수 없는 그 잃어버린 시간 속 훔쳐버린 입술의 감촉같이 지나가 버리고 만다뒤돌아 보았자 한 순간또 다른 바람이 맨살을 스친다모기는 그 바람을 타고 날아간 게 분명하다책상 모서리가 허리춤에멍을 내고 있다앉아 본 지 참 오래다 하는순간핏빛 무딘 작은 덤하나 봉곳 솟는다시집 한 권 손에 든다참으로 오랜만이다 시를 생각하면서 2016.09.01
우리가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 우리가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 論語 陽貨 9編 子曰 小子何莫學夫詩詩可以興可以觀可以群可以怨邇之事父遠之事君多識於鳥獸草木之名 공자는 시경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제자들을 꾸짖으며 왜 시를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첫째, 시는 마음으로 느낀 것을 밖으로.. 시를 생각하면서 2016.08.31
[스크랩] 시론 작가론 시론(詩論). 작가론(作家論) 논시중미지략언(論詩中微旨略言)-이규보(李奎報) 시(詩) 가운데 있는 은미한 뜻을 논한 약언-이규보(李奎報) 夫詩以意爲主(부시이의위주) : 대저 시는 뜻[意]으로 주를 삼는 것이니, 設意尤難(설의우난) : 뜻을 베푸는 것이 가장 어렵고, 綴辭次之(철사차지) : 말.. 시를 생각하면서 2016.08.31
안개속에 숨다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작은 인기척에도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로 채워져 버린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것 때때로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 시를 생각하면서 2016.07.20
플래카드 플래카드 신미균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가득 안은 플래카드가 그 바람을 감당하지 못해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버티다가는 갈기갈기 찢겨져 날아가버릴 것 같은데 어떤 사람이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커다란 구멍을 뻥, 뻥, 뚫어주었습니다 보낼 건 보내고 버릴 건 버리고 감당.. 시를 생각하면서 2015.12.02
우리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들 우리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들 윤 제 림 노회한 연적(戀敵)들은 곧잘 이런 푯말을 내걸어 우리를 따돌리곤 한다 통제구역, KEEP OUT, 立入禁止, 접근하면 발포함 당신이 하릴없이 돌아설 때, 그들은 울 너머에서 쾌재를 부르며 웃는다 벼엉신......! 정말 쏘는 줄 알고, 그 곁엔 필경, 아주 먼 .. 시를 생각하면서 2015.12.02
8월은 팔월의 시 오세영 8월은 오르던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 오세영 시모음 2015.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