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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를 지나며

處暑를 지나며모처럼 책상에 앉는데모기 한 마리느긋한 속도로 팔뚝에 앉았다가내 시선  피해 날아가 버렸다분명 내가 노렸다면 핏빛을 보았겠지만순식간에침 한번 찔러보지 못하고움찔 도망가 버렸다내 살갗에 남은 땀냄새가 싫었으리라 빈 살로 스쳐오는 바람은종내를 알 수 없는 그 잃어버린 시간 속 훔쳐버린 입술의 감촉같이 지나가 버리고 만다뒤돌아 보았자 한 순간또 다른 바람이 맨살을 스친다모기는 그 바람을 타고 날아간 게 분명하다책상 모서리가 허리춤에멍을 내고 있다앉아 본 지 참 오래다 하는순간핏빛 무딘  작은 덤하나 봉곳 솟는다시집 한 권 손에 든다참으로 오랜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