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벽 앞에 서다 빙벽 앞에 서다 김완화 얼어버린 저 폭포 속 울어야 할 내일 잠겨있다 절벽가르다 결정 내보인 채 누구도 품을 수 없는 깊은산 뿌리에 닿아 속 깊이 젖고 있는 뜨거운 몸살 빙벽, 침묵 가파른 계곡을 일구는 저 심장 속에 얼음보다 더 차가운 피 살아 숨차게 뛰놀고 있다 멈춰버린 너와 나.. 시를 생각하면서 2017.04.19
설득 설득 애절하여 본 적이 있는가 입안에 맴도는 언어들이 뱉어 놓는 그대로 변명이란 누명을 쓰고 만다 그대로 멈춰라 용납되지 않는 의미의 진전에 찬물 끼얹어 버린 그 한마디는 너는 날 몰라 간절해 본 적 없다 서로 가진 간극의 넓이를 하늘로 보낸 시선으로도 붙잡아 둘 수 없는 그리.. 시를 생각하면서 2017.04.19
찾아 본 그것은 진정 잃어버린 탓이다 찾으라 찾을 것이요 찾아 헤매어 보았는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시간은 희망 고문으로 결국 돌아 오고야 만다 어둠속에서 간절함으로 촉수 더듬는 열망은 문득 손에 닿을 듯 여린 환영을 그려 낸다 욕심덩어리를 자양분 삼고 떨어지는 속도.. 살다보면.... 2017.04.19
회상 (산울림/김창훈) 작곡 김창훈 · 작사 김창훈 · 노래 산울림 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 느꼈을 때 나는 알아버렸네 이미 그대 떠난 후라는 걸 나는 혼자 걷고 있던거지 갑자기 바람이 차가와 지네 마음은 얼고 나는 그곳에 서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지 마치 얼어버린 사람처럼 나는 놀라서 있던.. 살다보면.... 2017.04.17
밀랍의 경우 밀랍의 경우 나희덕 밀랍은 더 이상 희지 않고 향기롭지 않으며 손으로 만지거나 두드릴 수 없다 어떤 불길이 밀랍을 녹여버렸기 때문이다 밀랍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아카시아꽃 향기, 벌들의 날갯소리, 햇살과 바람, 누구도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도 밀랍은 밀랍일 수 있을까 우.. 카테고리 없음 2017.04.10
호모 루아 호모 루아 나희덕 호모 파베르이기 전에 호모 루아. 입김을 가진 인간 라스코 동굴이 폐쇄된 것은 사람들이 내뿜은 입김 때문이었다고 해요 부드러운 입김 속에 얼마나 많은 미생물과 세균과 독소가 들어 있는지 거대한 석벽도 버텨낼 수 없었지요 오래전 모산 동굴에서 밤을 지낸 적이 .. 카테고리 없음 2017.04.10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나희덕 말들이 돌아오고 있다 물방울을 흩뿌리며 모래알을 일으키며 바다 저편에서 세계 저편에서 흰 갈기와 검은 발굽이 시간의 등을 후려치는 채찍처럼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나는 물거품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 해변에 이르러서야 .. 시를 생각하면서 2017.04.10
淸明(청명) 淸 明 杜牧 淸明時節雨紛紛 청명 좋은 시절 흩날리는 가랑비에 路上行人欲斷魂 길가는 나그네 마음이 서글퍼져 借問酒家何有處 묻노니 주막은 어디에 있는가? 牧童遙指杏花村 소치는 아이 멀리 살구꽃 핀 마을 가리킨다. ● 淸(청) 맑다 明(명) 밝다 時(시) 때 節(절) 절기/ 마디 雨(우) 비 .. 漢詩 모음 2017.03.23
무위(無爲) 이언적 無爲 李彦迪 萬物變遷無定態 세상 만물은 정해진 모습 없이 변하여 가고 一身閑適自隨時 이 내몸도 한가로이 시절에 맡기네 年來漸省經營力 새날은 오지만 차츰 움직임과 할 뜻을 줄이니 長對靑山不賦詩 푸른산 보면서도 싯구하나 읊조리지도 못하네 漢詩 모음 2017.03.23
마흔두 개의 초록 마흔두 개의 초록 마종기 초여름 오전 호남선 열차를 타고 창밖으로 마흔두 개의 초록을 만난다. 둥근 초록, 단단한초록, 퍼져 있는 초록 사이, 얼굴 작은 초록, 초록 아닌 것 같은 초록, 머리 행구는 초록과 껴안는 초록이 두루 엉겨 왁자한 햇살의 장터가 축제로 이어지고 젊은 초록은 늙.. 시를 생각하면서 2017.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