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오세영 8월은 산등성 마루턱에 앉아 한 번쯤 하늘을 쳐다보게 만드는 달이다. 오르기에 급급하여 오로지 땅만 보고 살아온 반평생 과장에서 차장으로 차장에서 부장으로 아, 나는 지금 어디메쯤 서 있는가, 어디서나 항상 하늘은 푸르고 흰 구름은 하염없이 .. 오세영 시모음 2013.08.24
눈 눈 오세영 순결한 자만이 자신을 낮출 수 있다. 자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은 남을 받아들인다는 것, 인간은 누구나 가장 낮은 곳에 설 때 사랑을 안다. 살얼음 에는 겨울, 추위에 지친 인간은 제각기 자신만의 귀가 길을 서두르는데 왜 눈은 하얗게 하얗게 내려야만 하는가, 하얗게 하얗게 .. 오세영 시모음 2013.08.24
뻘건 단풍 뻘건 단풍 (전라도풍으로) 오세영 누가 저렇고롬 뻘건 물감을 찌끌어 놓았다야 천지 사방 불붙었당께 어쩐당가. 이녁 피지 못해 퇴깽이, 여시 묏도야지..... 몽땅 불괴기 되겠시야. 오매 징한 것. 산신령 을마나 배고팠으면 꾀복쟁이 아들 콩서리하듯 늦가을 원 산 거시기 한다당가. 성냥개.. 오세영 시모음 2013.08.24
표절 표절 오세영 그믐밤 하늘엔 반짝반짝 빛나는 수 천 수 만 별들의 대 군중집회. 은하땜 건설 반대! 같는 날 밤 지상엔 손에 손에 등불을 밝혀든 수십만 인파의 야간 촛불 대 시위. 사대강 사업 반대! 오세영 시모음 2013.08.24
생이란 생이란 오세영 타박타박 들길을 간다. 자갈밭 틈새 호올로 타오르는 들꽃 같은 것. 절뚝절뚝 사막을 걷는다. 모래바람 흐린 허공에 살풋 내비치는 별빛 같은 것. 헤적헤적 강을 건넌다. 안개, 물안개, 갈대가 서걱인다 대안에 버려야 할 뗏목 같은 것. 쉬엄쉬엄 고개를 오른다. 영너머 어두.. 오세영 시모음 2013.08.24
불륜 불륜 오세영 집에 배관된 두 전선의 양전기와 음전기가 필라멘트의 황홀한 빛으로 타오르는 사랑이여. 밝음이여. 그러나 과부하된 전선은 문 밖 가로등에서 합선을 일으킬 수도 있나니 불륜으로 파지직 타오르는 퓨즈. 그 식어버린 필라멘트의 정적이여. 어둠이여. [작품 감상] 위 작품을.. 오세영 시모음 2013.08.24
처녀지 처녀지 오세영 백지는 흔적으로 존재하는 것. 백지에 글을 쓴다. 흰 포말을 남기며 바다를 긋는 그의 항해. 선수는 미지의 대륙을 향했다. 그것은 신이 쓰는 한 줄의 서사시. 그러나 항상 평온한 바다만은 아니다. 미구에 폭풍이 몰아치고 해일이 일고 난파 직전..... 간신히 무인도에 표류.. 오세영 시모음 2013.08.24
오세영 시모음 우리는 너무 가까이 있다 오세영 날리는 꽃잎들은 어디로 갈까, 꽃의 무덤은 아마도 하늘에 있을 것이다. 해질 무렵 꽃잎처럼 붉게 물드는 노을. 떨어지는 별빛들은 어디로 갈까, 별의 무덤은 아마도 바다에 있을 것이다. 해질 무렵 별빛 반짝이는 파도, 삶과 죽음이란 이렇듯 뒤바뀌는 것.. 시를 생각하면서 2013.08.24
한 밤중 보름달을 보다 보름달이다 달은 오랜동안 나를 주시하고 있다 어둠속에서 또렷한 밝은 빛으로 베란다 창을 타고 넘었으며 일찍 잠든 탓으로 축시를 지나며 나를 깨우고는 인연이란 단어를 생각나게 한다 근시인 탓이기도 하지만 누구 얼굴이 떠 오를까 기대하면서 눈을 부릅뜨고 쳐다 보지만 낮에 바.. 살다보면.... 2013.08.21
고향(1) 친구 사진 퍼옴 /수묵화 같다 (부산 남항이다) 떠나온 날이 너무 오래 된 탓인지도 모른다 수 많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갈 만도 하지만 부연 안개가 남항에 떠 있는 화물선의 옅은 색상을 감추듯이 맑은 물기 잔뜩 묻힌 붓으로 그려내기에 넉넉한 고향 바다 그 시선들 이야깃거리 찾아 보다 2013.08.13